대전 유성온천 '온천돌구이' - 볶음밥이 훌륭(하지만 대패삼겹살 집임)

2020. 5. 20. 18:23잘먹은 음식점

반응형

 이곳은 가족과 방문한 곳. 완전 예전 스타일의 대패삼겹살 집이다. 전해듣기로는 85년에도 성업 중 이었다고 하니, 그말은 즉 35년이 훌쩍 넘은 고깃집라는 것. 아마 유성온천 전성시대에는 엄청나게 잘되지 않았을까. 요즘은 다소 쇠락하여 주변 상권이 많이 죽었던데, 이곳은 여전히 고기를 즐기러 오신 어르신들 및 가족들로 바글바글하다.

 일단 요즘스타일의 두툼한 삼겹살이 아닌 대패삼겹살이다. 때문에 기다릴 필요 하나 없으니 빛의 속도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패삼겹살 자체도 나쁘지 않은 편이니 각종 야채와 곁들여 먹어주면 꿀이다. 참고로 나는 두툼 삼겹살파인데, 이날은 대패삼겹살에도 약간 매력을 느꼈다. 엄니께서 "두툼한 삼겹살은 속이 안익을 수 있어 걱정되는데 대패삼겹살은 그럴리 없으니 좋다"고 하셨는데 들으면서 약간 수긍했기 때문.

 그리고 이곳은 특히 볶음밥이 맛있다. 우선 이곳의 볶음밥은 내가 어린이 시절에 먹던 '삼겹살집 특제 즉석볶음밥' 스타일이다. 잘 졸여진 돼지 기름에 각종 반찬과 야채와 밥을 즉석에서 볶아내 주시는데 이모님 현란한 볶음밥 쇼를 덤으로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철판볶음집(테판야키)의 쇼 보다 더 재밌다. 그리고 뜸을 들인 후 숫가락으로 큼직하게 퍼먹으면 또다른 꿀이다. 온 가족이 볶음밥 맛있다며 감탄 연발연발.

게다가 가격도 싸다. 대패삼겹살이 한접시(400g)에 15,000원을 받으시니 이니 다소 저렴하니 소주한잔하러 방문하기 아주 훌륭하다.

 만약 이곳이 우리집 근처에 있었더라면 소주한잔 적시러 자주 방문했을 것 같다. 반면, 다소 점포가 오래되었다 보니 최신식의 환기시설은 없다. 때문에 고기향을 듬뿍 머금고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격식을 차리지 않을 때 방문할것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주면 되겠다. 설마 어떤 도전적인 분께서 이곳을 소개팅 장소로 선정하지는 않겠지? 확실히 이곳은 아재의 음식점이다.

 가장 까탈스러우신 엄니께서도 다시 찾아오자고 발언하셨으니 또 올 예정. 이날은 아쉽게도 소주를 꺽지 못했는데, 다음 방문에는 필히 마실 것이다. 이곳의 대패삼겹살이건 볶음밥이건 아주 훌륭한 소주 메이트임이 확실하다.

 

 이곳 '온천돌구이'와 같은 옛날식 삼겹살집이 사라지는 추세이니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서울에도 이곳과 같은 올드한 삼겹살/볶음밥집 발굴이 절실하다.

 

 

 옛 리베라호텔 근처에 있다. 이동네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리베라호텔도 망했고, 방문객도 잘 안보이니 예전 유성온천의 위용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메뉴

 메인은 삼겹살과 주물럭로 단 두가지다. 물론 후식인 볶음밥이 만만치 않게 맛있으니 볶음밥만 먹으러도 올 지경이다. 다시 생각해도 이곳에서는 고기를 가볍게 먹고 볶음밥을 더 많이 먹으러 방문할 것 같다. 

대패삼겹살

 1인분을 주문하면 위의 사진과 같이 쟁반에 한더미 쌓아준다. 참고로 고기 몇덩이를 돌판위에 올리고 나서야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정량보다 적은 상태로 찍혔다. 즉 위의 사진보다 더 많이 주신다는 뜻!

대패삼겹살의 장점, 돌판만 닿으면 익음

 대패삼겹살은 잘 달궈진 돌판에 닿기만 해도 익는다. 때문에 오랜 목마름 없이 바로바로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고기의 색깔이 변했다 싶으면 파절이와 상추/깻잎 등과 잘 곁들여 먹어 주면 좋다.

 

 

즉석 볶음밥 쇼

 밑반찬들과 상추깻잎을 조사놓고 잘 볶아준 다음, 참기름 듬뿍 묻힌 밥과 고추장/쌈장을 넣고 더 볶아준다. 사장님의 손놀림이 현란하여 눈을 떼기 어려웠다. 볶음밥 쇼 보는 줄 알았다. 

볶음밥(3인분)

그리고 이렇게 정갈하게 마무리해주셨다. 이 볶음밥은 보기만해도 다시먹고싶다.

또 볶음밥의 묘미는 돌판에 눌러붙은 누룽지죠. 잘 볶아진 윗부분 먹어준 다음 바닥부분의 살살 구워진 누룽지 먹어주면 꿀. 이날도 돌판 부서지랴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