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이슬란드 여행 프롤로그('19/7/4~7/24)

2020. 6. 10. 23:04영국, 아이슬란드, UAE (2019)

반응형

스코틀랜드의 글렌피난( Glenfinnan), 해리포터에서 나온 증기기관찻길이 반대쪽에 있다.

 프롤로그 전문 여행작가 뾰꼬입니다. 중국여행기는 이제 고작 두개 쓴 와중에, 영국/아이슬란드여행기까지 추가되었다. 이걸 언제 다쓴담. 하지만 기필코 금년내에 앞선 여행기들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말에 반성의 글따위 안 올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쓸게 넘쳐나는 와중에 왜 또 여행을 떠나게 된지 이유부터 설명하려한다. 4년여를 다닌 회사와 작별했다. 다른곳으로 널뛰기 전에 공백기를 기어코 만들어냈고, 그토록 하고싶었던 외국 한달살기를 추진하게 되었다. 행선지는 영국으로 주저없기 결정되었다. 먼저 떠나있었던 우리 모임의 오씨가 현지 거주하고 있으니 응원방문 겸 12년 전에 덜 본 영국을 더 깊이 들춰보고 싶었기 때문. 영국만 가기 아쉬운지라 다른 국가 한 곳을 가는것을 고민하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아이슬란드로 결정되었다. 아이슬란드를 먼저 다녀온 아는 동생의 여행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앞서 퇴사소감부터 기록해야할 것 같다. 시원하다, 하지만 섭섭한 면도 만만치 않게 있다. 여러모로 괜찮은 회사였다. 초창기때는 핫한 판교에서, 이후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회사분위기도 나쁘지 않은편이었으며, '나름' 수평적인 분위기 조성중인데다가, 연봉도 나에겐 만족스러웠다. 동기들도 너무 좋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대부분 좋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인 1) 회사위치, 2)워라밸, 3) 적지 않은 연봉, 세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회사였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몇 년을 더 일해도 보람을 느끼거나, 성취감을 가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비슷한 일상이 지속 반복되니 싫증을 자주 느꼈다. 하물며 전 세계를 누비며 일 할 기회조차 없었다. 확실히 직무 만족이 장기근속의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개비스콘 광고짤(A.K.A 퇴사자들이 격하게 공감하는 짤)

 퇴사 결정 후 다닌 여행이기에 홀가분했다. 무거운 짐을 다 버리고 여행다니니 묵은 뱃살을 떼어내고 다니는 것 같아 몸이 가벼웠으며, 어느 때보다 재미있었고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퇴사하고나서 느낀것이지만 우리회사가 아무리 좋았어도, '회사는 회사였던 것 같다'. 유명한 개비스콘 퇴사짤이 와닿는 순간이다.

영국 남부, 세븐시스터즈 절벽(Seven sisters cliffs)

 퇴사 전 남은 연차를 모아보니 20개가 생기더라. 하루나 이틀만 쓰는 잔챙이 휴가를 절약한 덕분에 15일 휴가 및 3주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장기로 여행하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여행 초반에는 런던에서 현지 주민이신 오씨와, 스코틀랜드는 가족과 잠시, 영국중북부와 아이슬란드는 혼자서, 그리고 마지막은 또 다시 오씨/정씨와 런던 근교에 다니며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참고로 우리모임 정씨 또한 입사 전 공백기가 생긴지라 마지막 1주일 합류하였다. 그가 비행기표를 결제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꽤 기뻐했던 기억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참 많이도 돌아다닌 것 같다. 비행기는 1회경유하여 인천 <-> 아부다비 <-> 런던 동선으로 움직였으며, 현지에서도 런던 -> 스코틀랜드 -> 잉글랜드 중북부 -> 런던 -> 아이슬란드 -> 런던과 런던 근교 동선으로 구성되었다. 중간에 영국 중북부에 위치한 윈더미어(Windermere) 까지 가려했다가 포기했는데, 만약 다녀왔으면 골병이 들어 아이슬란드 숙소 침대에 내내 누워있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계획보다 동선은 줄여보려하고, 일정을 간소화했는데도 이지경이다. 갈곳이 너무 많은 것을 어찌하겠는가. 결론적으로 3주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8주는 여행으로는 다소 과한면이 있으니 6주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아이슬란드 폭포, 이곳에서 동료 여행자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을 그동안 정말 싫어했었는데, 이번에 중간중간 혼자다니며 깨달은 바가 있다. 비록 외로웠지만, 혼자 다녀보니 그동안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잡념과 고민거리를 정리할 수 있었고, 미래에 어떻게 해야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또한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현지인,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소한 정보공유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스쳐지나가듯 만난 사람들로부터 삶의 교훈을 얻거나 향후 미래의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재미없고 식사도 혼자 해야하지만, 이번 여행과 같이 일정시간을 할애하여 혼자다니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여행 예산은 상세하게 잡지 않았다. 퇴사기념이므로 '뭘 아끼냐?'가 컨셉이었고, 비행기표만 결제하고, 큰 동선만 잡은 후 현지에서 끌리는데로 움직이며 소비했다. 덕분에 제약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으며, 사고 싶은 물품과 먹고 싶은 음식에 주저없이 지불했다. 참고로 750파운드 환전해갔는데, 현금을 들고다니는건 언제나 불편한 일이었다. 정씨와 '카드만으로 여행다녀도 괜찮은가?'에 대해 토론한 후 일부분의 수수료만 지급하고 카드로 다니는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수료율이 1.5%이면, 100만원 소비에 1.5만원만 카드사에 주면 된다. 1.5만원은 현금을 들고다니는 수고로움을 더는 대신 카드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되겠다. 어찌보면 절약할수 있는, 아니면 과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우선 현금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향후에는 적극 활용할 것 같다.(물론 카드결제가 손쉬운 나라에서만 한정이다.)

Five Guys 버거, 미국에서는 몰라서 못 먹었으니 런던에서 대신 먹어봤는데 훌륭하다.

 12년만에 다시 찾아온 영국은 정말 변한게 없다. 영국인들 특유의 악센트는 물론, 건물들과 지하철까지 변함이 없다. 다만, 이번에는 현지거주민 오씨의 도움으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부분을 다방면으로 발견했다. 오씨 덕분에 현지 다국적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여행자로서는 알기 어려운 로컬맛집을 다닐 수 있었으며, 사소하지만 비중있는 깨알정보를 얻기도 했다. 쇼디치에서 먹은 '선데이로스트'와 우리집앞에서 먹은 '팟타이'는 아직도 눈앞에 그렁그렁할 정도. 결론적으로 영국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 드록신과 접신할 수 있었으며 첼시FC의 슬로건인 'Pride of London'이라는 문구가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EPL 비시즌에 방문한 것이 가장 아쉬운 포인트였는데, 7월 이후부터는 프리시즌이 있어서 스케쥴이 맞으면 축구경기를 볼 수도 있었다(리버풀 경기를 보러갈 기회가 있었으나, 윔블던을 보기 위해 포기했다.) 하지만 EPL이 비시즌인 덕분에 윔블던 직관을 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윔블던에 대해서도 할말이 넘쳐나지만 본문에서 기술하도록 하겠다.

M/S 소세지롤, 영국인들이 소세지롤을 그렇게 좋아한다던데 난 동의할 수 없었다.

 영국인들은 지갑을 열게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았다. 각종 생활물품부터 맥주잔/옷/식료품/과자/초콜릿/스콘/너겟 등등 사고싶었던 물품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하물며 박물관도 그럴싸하게 꾸며놓는다. 스코틀랜드에서 방문한 위스키 박물관에서, 런던에서 방문한 맥주양조장에서 풍부한 컨텐츠에 감동하고, 샵에서 사고 싶은 물건들이 너무 많아 판단력이 자주 흐려지기도 했다. 원래 쇼핑을 가볍게 할 생각이었는데 영국인들의 상술(?)에 홀려버려 예상보다 더 구매했다. 여행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은 놀랍지도 않다.

 아이슬랜드에서는 반면 지갑을 굳게 닫아두었다. 이 나라의 수려한 경관은 감탄을 자아내나, 상품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적지않은 가격이 내 마음의 문까지 닫게 만들었다. 방한용품을 그래도 괜찮아보였으나 역시 비싼 가격에 포기했다. 공항에서 몇가지 사온게 있는데 관련내용은 역시 본문에 기록예정.

아이슬란드 빙하, 고드름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먹어보고 싶었으나 자제했다.

 영국에서 일 때문에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12년전(그때는 1파운드에 2,000원꼴, 현재 1,500원선)보다 떨어져서인지 생활물가도 저렴하다고 느껴졌으며, 먹을 것 또한 괜찮았다. 런던은 다민족 도시이다 보니 전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즐길 수 있고, 맛 없기로 악명높은 영국음식은 단지 몇번만 경험했다. 때문에 직업에 의해 파견오는것은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으로 2번이나 방문하였으니 단순 탐험성격으로는 다시오지 않을 것 같다.

 아이슬란드는 타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다시 올 것 같다. 버스투어 여행의 한계점이 뚜렷했기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렌트카로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여행을 다시 하고 싶다. 아이슬란드도 나라 전체가 관광지로 갈곳이 넘쳐난다는 점을 꼭 염두해두자.

 여행기는 프롤로그, 준비과정, 항공사 후기, 런던의 맛집, 스코틀랜드 여행, 아이슬란드 여행, 런던근교여행, 구매목록 등으로 작성 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 청두 여행기부터 먼저 마무리하려한다. 안그러면 그곳이 영영 잊혀질 것만 같다.

 찍은 사진과 동영상도 적지 않으니 사진 정리할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 나를 위한 시간이 예전보다는 늘어났으니 잘 정리하여 담백한 여행기를 만들어 내겠다. 여행정보는 물론, 내가 느낀 감정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반응형